✦ 다야

하룻밤 만에 파리를 뒤흔든 포스터 한 장

무하는 체코 출신이지만, 그의 예술적 전성기는 파리에서 꽃을 피웠어. 파리에서 무명 화가로 근근이 생활하던 1894년,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 파리 최고의 인기 여배우이자 스타였던 '사라 베르나르'의 새 연극 〈지스몽다〉 포스터 작업이었어. 당시 인쇄소 직원으로 일하던 무하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급하게 대타로 포스터 제작을 맡게 되었는데, 그가 내놓은 포스터는 베르나르와 6년간 전속 계약을 맺을 정도로 충격적인 동시에 아름다운 디자인이었어.

길쭉하고 우아한 프레임 속에 파스텔 톤의 문양과 꽃 장식으로 둘러싸인 베르나르의 모습은 신비롭고 매혹적이었지. 이 포스터는 파리 거리에 붙여지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사람들은 포스터를 찢어 가져가려고 난리였대. 그 일을 계기로무하는 하룻밤 만에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상업 예술가가 되었어.

무하가 상업 예술가로서 주목받은 이유는 그가 포스터의 예술적 지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야. 연극 포스터 뿐만 아니라 샴페인, 자전거, 담배, 심지어 메뉴판 등 일상에 녹아있는 많은 것들을 디자인했어. 그가 활동했던 아르누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예술은 모든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무하는 이를 완벽하게 실현한 셈이지. 그렇게 '무하 스타일'은 아르누보의 정점이 되었어.

파리에서 최고의 명성과 부를 누렸던 무하가 자신의 성공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민족의 서사를 기록하는 대작에 헌신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듯 해. 자신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개인의 영달이 아닌, 더 크고 공적인 가치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야. 그러나 삶의 아이러니란 이런 걸까? 무하가 심혈을 기울여 공들였던 작품은 단연 《슬라브 서사시》임에도, 여전히 무하는 그의 초기작을 통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 《슬라브 서사시》연작은 무하가 주목받았던 아름다운 그림의 특징들을 많이 덜어낸 모습이거든. 조국의 슬픔을 충실히 그려내려면 장식을 덜어내야 했을 거야. 

이번 전시는 아르누보 포스터 전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최초로《슬라브 서사시》 초기 연구작까지 모두 아우른다고 해.  아름다움과 사명감, 두 가지를 모두 잡고 싶었던 한 예술가의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야. 주말에 더현대에 간다면 꼭 전시 보기를 추천할게. 어땠는지 답장 남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