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러브

지난주에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어. 닷새 동안 열린 이 행사는 15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지. 특히 요즘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텍스트힙’ 열풍이 불고 있어서 그런지, 도서전에 여성 관람객이 유독 많아 보였다는 얘기도 종종 보이더라고. 아마 이 글을 읽는 연이 중에도 서국도에 다녀온 친구들이 있을 거야. 무제의 대표 박정민 배우, 문재인 전 대통령, 박찬욱 감독 등 여러 인물들의 방문도 화제가 됐고, 그만큼 서국도를 향한 관심은 더더욱 뜨거워졌지.

✢ 서울국제도서전, 언제부터 열렸을까?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처음 개최한 전국도서전시회에 전신을 두고 있어.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국제'도서전으로 규모를 확장한 서울국제도서전이 출범했고, 그 이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 

매년 도서전에는 주제가 있어. 서국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초회였던 1954년의 주제는 “지식은 광명이다. 독서는 지식의 열쇠”였대. 시대별 주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도 꽤 재미있더라고.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이었어. 삶에서 위기와 고난을 마주한 개인이나 집단이 어떻게 분투해 왔는지, 그리고 그런 순간에 책이 어떤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돌아보자는 취지였지. 전시장 안에는 ⟨믿을 구석 The Last Resort⟩라는 이름의 주제 전시도 있었는데, 그 앞에서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더라고. 연이도 궁금하다면 주제전시에서 다룬 책들의 목록을 여기서 확인해 봐도 좋아! 👉🏻 전체 도서 확인하기

✢ 잡음, 그리고 논란

물론, 도서전의 진행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어. 특히 2023년에 있었던 홍보대사 논란은 꽤 많은 이슈를 낳았지. 서국도가 오정희 소설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는데, 오 작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던 인물이었어. 이에 항의하려는 작가와 예술인들이 개막 첫날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당시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탓에 경호와 경찰이 배치돼 충돌이 벌어졌고, 결국 단상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면서 상황은 더 커졌어. 일부 언론 기자들은 개막식 취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사진 촬영도 제한됐다고 해. 결국 6월 16일, 오정희 소설가가 홍보대사 직을 내려놓으며 논란은 일단락됐지.

올해도 조용하지만은 않았어. 서울국제도서전이 사유화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거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열린 첫 해였는데, 이게 공적 운영을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과 달리 출판계 일부에선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이 전면 삭감된 상황에서 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의도였다고는 하지만, 이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개방적이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거야.

그래도 우여곡절을 딛고,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과 관심을 끌면서 잘 마무리됐어. 다만 도서전의 규모와 사람들의 기대가 커진 만큼, 운영상 드러난 문제들도 앞으로는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풀어나가야겠지.

✢ 김러브의 픽!

마지막으로 이번 도서전에서 내가 고른 책들을 소개해보려고 해. 원래부터 관심 있었던 책도 있고, 현장에서 추천받아 눈여겨보게 된 책들도 섞여 있어. 도서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열기와, 책 사이를 걷다 우연히 마주친 반가움이 고스란히 담긴 책들이지. 더 많은 책을 샀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몇 권만 먼저 나눠볼게!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감정 사전⟫ 단춤 저 | 유유히

‘유유히’ 출판사에서 선공개한 도서야. 부스에 들어섰을 때 마침 작가님이 직접 사인 중이었고, 나는 주저 없이 책을 사서 사인을 받았지. 도서전을 찾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아직 서점에 풀리지 않은 책을 가장 먼저 만나보고, 작가님과 직접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고! ㅎㅎ

이 책은 인형 제작자이자 만화가인 단춤 작가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감정을 정의해 엮은 ‘감정 사전’이야. ‘애쓰다’, ‘회피하다’, ‘믿다’ 같은 감정 하나하나에 작가의 삶과 사유, 시간이 차분히 스며들어 있어. 오늘도 부지런히 하루를 살아낸 '인생의 작은 숙련가' 연이에게, 소박하고 다정한 힘이 되어줄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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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저/김두완 역 | 흐름출판

우리는 AI를 떠올릴 때 흔히 완벽한 기계를 상상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인간의 노동이 가려져 있어. 케냐의 메타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3개월 계약직으로 하루 1.6달러의 임금을 받으며 일해. 이들은 수백 건의 게시물을 매일 검토하며, 폭력과 혐오를 걸러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 AI가 인간의 노동을 어디까지 대체할지에만 집중하는 사회 속에서, 이 책은 그 이면을 비춰줘. AI가 어떻게 노동을 소외시키고 창의성을 빼앗는지를 궁금해하는 연이라면, 이 책이 많은 생각거리를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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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이모저모를 함께 나눠봤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벌써 아쉽지만, 다음 도서전이 더 다채롭고 풍성해지기를 기대하며 이번 레터를 마무리하려 해.

아, 그전에 전하고 싶은 소식이 하나 있어! 사실 나 2023년부터 2년 넘게 ⟨월간 위대함⟩이라는 독서모임에 참여했거든. PD, 스타트업 대표, PM,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지.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공저자로 참여한 책이 드디어 출간됐어! 지금은 교보문고에서 예약판매 중이야. 첫 책이라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연이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할게 :> 👉🏻 김러브 책 보러가기

그럼 진짜 안녕! 서국도 다녀온 연이들 있으면, ‘답장하기’ 버튼 눌러서 너만의 후기도 꼭 들려줘. 기다리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