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야

• 그들만의 축제?

칸 영화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 반짝이는 황금종려상, 영화가 끝난 뒤 10분도 넘게 이어지는 기립박수, 빛나는 드레스, 화려한 포토월... 하지만 어딘가 너무 고고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인상을 주기도 해. 때로는 지나치게 위계적이고 허영심을 부추기는 면까지 있는 것 같아. 세계 3대 영화제로 유명한 베니스, 베를린, 칸 영화제 중에서 일반인들도 표를 구할 수 있는 베니스 베를린과 달리, 칸영화제는 영화계 관계자가 아니면 영화를 볼 엄두조차 내기 힘들어. 게다가 복장 규정이 엄청나게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것으로도 유명한데, 올해부터 여배우들의 노출이 심한 드레스 착용을 금지한 조치만 봐도 그들이 은근히 위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때로는 그게 조금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접근의 어려움과 대중과의 거리감을 오히려 칸 영화제가 자신만의 브랜딩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기립박수 몇 분 신화" 같은 문구 영화 포스터에서 자주 본 적 있지? 기립박수도 영화 제작자들의 노고에 대한 존경을 담아 행해지는 의례적인 문화야. 기립박수가 더 길고 짧다고 해서 영화의 작품성과 비례한 것은 아니지. 이제 더 이상 '기립박수 몇 분' 등의 포스터 문구에 속지 않아도 돼. 영화 고를 때 나름 꿀팁이랄까?

• 오스카 vs 칸

그렇다면, 칸에 진출하거나 수상한 모든 영화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야. 영화제에서의 성적이 영화의 가치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야. 2004년,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박찬욱의 ⟨올드보이⟩를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단연코 ⟨올드보이⟩야. 마찬가지로, 칸 영화제가 영화인들을 위한 축제라고 해도, 영화는 결국 관객의 것이고 관객과 만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이야. 칸 영화제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 칸의 선정작을 따라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규모가 있기에 가능한 거지.

우리는 왜 이렇게 칸을 궁금해할까? 아마 올해도 어딘가에서 좋은 영화가 나오길, 그게 나에게도 닿길 바라는 마음 아닐까. 낯설고 불친절해도, 누군가는 그걸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해석하겠지. 그 기대감이 우리가 매년 5월 칸이라는 이름 앞에 다시 멈춰 서는 이유일 거야.

올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이란 정부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영화를 찍어 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야. 수십 년간 이란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아온 파나히 감독의 신작은 감옥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인물과 마주하게 되는 평범한 이란인 5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해. 벌써 한국에 수입이 확정되었다는데, 관심 있는 연이들은 이번 신작 ⟨언 심플 액시던트⟩를 영화관에서 만나보는 거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