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레터 얘기가 나온 김에, 그때의 나를 떠올려볼까? 당시 나는 뉴스레터 연재를 앞두고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어(ㅋㅋ). 내 글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까. 그때 내게 용기를 준 담화가 있었어.

참새
/ 그런데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창작의 완성은 노출이잖아요. 하지만 세상에 나의 것을 내보이는 일에는 만드는 것과 별개로 엄청난 용기와 대범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를 드러내 보이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겨울
/ 저는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별로라는 인정. (중략)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별로라는 걸 인정하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어요. 더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또 공개를 못해서는 안되거든요. 그냥 인정해야 해요. (중략) 지금은 이게 최선이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 거죠. 더 잘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이렇게 두 가지 마음이 있다면 조금 더 대범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이게 최선이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질 수 있다." 매번 이 마음 하나로 버텼던 것 같아. (솔직히 후자보단 전자 쪽으로 무게추가 더 기울었지만 ㅋㅋㅋ) 그렇게 스스로에게 적당한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수요일마다 레터를 보냈어. 어떤 글은 쓰면서 '글이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어떤 글은 쓰면서 ⟨나의 아저씨⟩를 보는 쌈디처럼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도 했단다

 2024년, 갓 세상밖에 나온 레터어리는 날것의 조악함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추억이자 소중한 자산이야. 완벽한 시작보다 조금 미숙할지언정 당장 시작해서 차차 보완 하는게 빠를 거라고 생각했거든. 겁 많은 내가 무작정 시작을 결심했다는게 지금도 가끔은 신기해. 주영화, 김러브같은 소중한 필진들이 함께 버텨주리란 확신이 있었나봐.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목표들을 가지고 모였던 세 필진은, 이제 더 많은 연이들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고, 그 만큼 큰 포부를 가져야 할 때라고 느껴. 레터어리는 마지막이지만 새로운 소망과 포부를 담은 이름, '일키(ilky)'로 리뉴얼해서 다시 찾아오려고 해. 우리의 처음을 함께 해준 연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 인디 핑크색 바탕의 레터가 발송 되던 때부터 잊지 않고 메일함 속 레터어리를 열어 준 연이에게 앞으로의 '일키'는 더 많은 영감과 통찰을 줄 수 있는 뉴스레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답장하기' 시스템은 유지 될거니까 우리 계속 소통하는거다? 글로 연결되는 기쁨, 혼자였다면 절대로 할 수 없었을 도전을 함께 해준 두 필진 주영화와 김러브에게 무한한 사랑을 남기며. 그리고 연이에게 꽃다발 한 아름 애정과 감사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