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불가사의한 글을 쓸 수만 있다면.”   

— 에드거 엘런 포 (19세기 미국의 작가, 시인)

“가장 작은 야수, 고양이는 신의 걸작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렇지만, 아무리 내가 고양이를 기르기로 마음을 먹고, 공부를 하고, 준비를 했다고 해도 200g이 안 되는 새끼 고양이는 전혀 계획 밖의 일이었어. 처음 간 동물병원에서는 아이가 너무 작아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일단 따뜻하게 재우라는 말만을 해주었어. 낙심하며 집에 돌아와서 이동장 문을 여는데, 세상에 문을 열자마자 온 사방을 돌아다니는 거야. 아무리 보일러를 틀어뒀다지만 그래도 뜨끈한 이동장 안에 있으면 좋겠는데 내 속도 모르고 말이야.

그때는 우리 집 고양이가 분유를 먹었어야 했는데, 마치 인간 아기처럼 2-3시간마다 밥을 주어야 했어. 당시에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6-7시간 되는 근무시간 동안 밖에 있을 수 없어 조퇴를 하기 일쑤였지. 잠을 잘 때도 세 시간마다 맞추어 깨서 분유를 먹였어. 먹이뿐만 아니라 가르쳐야 할 것도 많았는데, 특히 배변하는 법! 어미에게 배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내가 알려주어야 했어. 당시 내가 사놓은 용품은 다 성묘용이라, 우리 집 고양이를 위해 급히 신발박스를 개조해서 작은 간이 화장실을 만들었어. 거기서 배를 살살 문질러 배변유도를 하고, 앞발로 모래를 덮는 법까지 알려주었지. 언젠가 작은 몸집으로 화장실에서 스스로 배변을 하고 나오는 순간에는, ‘이 고양이, 천재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까지 들었단다.

고양이와 함께하기 전엔 몰랐지, 반려동물이 가족 같다는 느낌을. 내 레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상당히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회의적이거든. 그런 내게, 우리 집 고양이는 내가 처음 ‘선택’한 가족이었어. 물론 내가 백 번 불러도 꼬리만 흔들 뿐 절대 오지 않고, 나를 이불처럼 밟고 점프하고, 내 다리와 손목을 험하게 물어 밴드를 붙이고 다니는 게 일상이지만, 집에 오면 나를 반기는 생명체가 있고, 쓰다듬으면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날 핥아주고, 무서운 걸 볼 때 옆에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존재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건 그와 함께 살기 전엔 경험해 본 적 없던 소중하고 숭고한 일이야.

그거 알아? 고양이에게는 ‘미래’라는 개념이 없대. 그래서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거래. 난 내일, 모레, 심지어는 몇 십 년 뒤의 일까지 걱정하며 불안에 떠는 동안, 우리 집 고양이는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시고, 햇볕을 받으며 고로롱 고로롱거리는 일과를 충실히 수행해. 그런 고양이를 보면서 나는 다소나마 위안과 용기를 얻는 달까. 현실에만 충실해도 저렇게 고상하고 품위 있을 수 있다니!

오늘 소개할 ⟪고양이⟫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영미・유럽의 시 42수를 엮은 책이야. 저마다 고양이의 외형을 찬양하기도, 고양이의 고상하고도 요염한 자태에 빼앗긴 마음을 고백하기도 해. 읽다 보면, ‘고양이의 매력포인트는 유구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니까.

이 책을 편역한 이재경 씨도 실제로 고양이를 기른 적이 있었다고 해. 책의 마지막, 그의 후기에는 이런 글이 있어.

참된 삼차원을 살고, 사랑할 것을 의심없이 사랑하는 존재, 고양이.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기 어려운 인간이라는 존재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일지 몰라.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에는 몰랐던 기쁨들을 대가 없이 알게 해 주고, 내가 원해서 가족으로 선택했는데도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존재. 심지어 촉촉한 코에 털은 보슬보슬, 눈은 보석 같은데, 어떻게 고양이에게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

편역자 이재경 씨는 또 이런 말도 남겼어. ‘심장에 고양이 발자국 낙인이 찍힌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참 귀여운 표현이지? 심장에 고양이 발자국 낙인이 찍힌 연이들, 혹은 그런 친구를 알고 있는 연이들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거나 선물해 보길 권하고 싶어.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시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해. 스티비 스미스의 ⟨노래하는 고양이⟩라는 작품이야. 이 시를 쓴 스티비 스미스는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생전에 “고양이를 어리석을 정도로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했대. 어마어마한 고양이 덕후력이지? 선배 냥덕의 시를 마지막으로 오늘 레터를 마무리 지을게. 심장에 고양이 발자국 낙인이 찍힌 연이들 마음에 들길 바라며!